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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음식쓰레기

2018.10.16 05:49

Nihil_Yea 조회 수:71

가을이 깊어갔지만 겨우내 먹을 보존식량을 얼마 모으지 못한 친은 큰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가실각이다.

어느 날 친은 자들을 모으고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들은 잘 듣는데스. 오늘은 닌겐의 집을 털어서 식량을 훔쳐오는데스. 하지만 닌겐은 현관문을 꼭 잠가놓기 때문에 그냥은 털기 힘든데스. 닌겐이 집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 와타치와 장녀, 삼녀가 함께 닌겐의 주의를 끌테니, 차녀와 나머지 자들이 다함께 힘을 합쳐 닌겐네 집에서 식량을 훔쳐오는데스."

친과 자충들은 때마침 먹성이 좋다고 알려진 철웅이 배달음식을 잔뜩 시키는 것을 멀리서 보고는 바로 철웅의 원룸 앞으로 갔다.

"자, 이제 시작인데스!"

친이 현관문을 통통 두드리자 철웅이 나왔다.

"히키코모리 닌겐쓰레기, 오늘은 또 무슨 싸이트 들어가서 열폭했는데스? 오마에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게 쥐똥만큼이라도 있는데스?"

친이 어그로를 끌자 철웅은 곧 발끈하여 빠루를 들고 뛰쳐나왔다.

"이 똥벌레놈들이..."

"테챠아아! 도망데스!"

철웅이 친과 장녀, 삼녀를 쫓아가자 뒤에 숨어있던차녀가 뛰쳐나가 미리 준비한 나무토막을 현관문틈에 던졌고, 그 문은 나무에 걸려 열린 채로 고정 되었다.

"이모토챠들! 서두르는테치!"

차녀와 다른 자들은 급히 들어가 먹을 것을 꺼내기 시작했다.


반시간쯤 뒤, 어두워진 공원에서 차녀와 나머지 자들이 집 앞에서 아까 어그로 끌고 도망친 마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 그림자를 끌고 터벅터벅 돌아오는 것은 단 하나, 친 뿐이었다.

"장녀 오네챠와 삼녀 이모토챠는 어디 있는테치?"

"고 닌겐에게 희생된데스."

마마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그치만 예상했던 희생이었던데스. 자, 철웅네에서 훔쳐온 식량은 어디있는데스?"

"여기테치."

자들이 끌고 온 것을 본 친은 놀라 소리쳤다.

"이거 음식 쓰레기봉투 아닌데스?"

"맞는테치."

"마마 얼굴이 핼쓱해진테치. 뭐 문제라도 있는테치?"

"우마우마한 음식 쓰레기가 잔뜩테치! 마마도 한번 먹어보는테치."

친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착한 자들 둘의 희생이 겨우 음식쓰레기 한봉지라니. 

냉장고 안의 맛난 식재료들, 식탁위의 기름진 배달 음식, 싱크대 위의 달콤한 과일들은 전사육실장인 자기나 아는 것이지, 들에서 태어나 음식쓰레기를 뒤지며 살았던 자들의 눈에는 먹을게 음식쓰레기 봉지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한편, 자들은 풍성한 음식쓰레기를 앞에 두고 왜 마마가 오로롱거리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