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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덧없는 참생

2018.11.29 07:38

Nihil_Yea 조회 수:63

'이러다 지각하겠다.'


철웅은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급해 영등포공원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분충 소굴인 이 공원엔 발도 들여놓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지각할 수는 없어서였다.

그때였다. 공원 한복판에서 마치 예능석 같이 예쁜 자충 하나가 보였다. 철웅이 바삐 가던 길마저 멈추고 말을 걸 정도였다.

"너 정말 예쁘다. 사육이니?"

"아닌테치. 과찬의 말씀테치. 그냥 별볼일없는 들참피테치. 저기 골판지 하우스에서 지난달 태어났던테치."

"근데 왜 나와있어? 위험하게."

"마마를 도와드리는테치. 겨울씨가 다가오는데 혼자 고생많으신테치. 아, 마마 저기 나오시는테치."

"너 생긴것도 예쁜데 맘씨도 정말 곱다. 어이쿠, 나 학교 늦겠다. 그럼 안녕!"

철웅은 시계를 보고는 황급히 뛰어갔다.

"그럼 안녕히 가시는테치."

그 자충이 고개를 숙여 공손히 인사까지 하자 철웅은 마음이 흔들렸다. 저런 세상에 보기드문 양충이라니! 그냥 눈딱감고 집에 데려갈까? 하... 엄마는 애완동물은 안된다 하셨는데... 그래도 얘 보시면 마음이 바뀌시겠지? 학교 늦었는데, 얘를 지금 데려가게되면 학교에서는 어디다 두지?

철웅은 고민고민하다 결국 발길을 돌렸다. 쟤는 내 평생 다시 보기 힘든 양충이다. 여기서 우물쭈물거리다가는 다른 사람이 채가고 난 영원히 후회할거다.

철웅이 헉헉거리며 나왔던 공원에 다시 뛰어 들어가 아까 그 자충이 있었던 곳에 다다르자 경악을 하고 말았다. 보기에도 끔찍한 더럽고 뒤룩뒤룩 살찐 참피 하나가 아까 그 예쁜 자충을 머리부터 씹어먹고 있는 것이었다.

"너, 너 지금 뭐하는거야?"

"보다시피 월동준비 하고 있는데스. 와타시 배에서 나온년이니 다시 넣어 영양보충 하는데스."

"너 걔가 어떤 자인지나 알고 있어?"

철웅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친은 피식 웃더니 길게 트림을 하고선 말했다.

"추자는 자가 아닌데스."